집 밖에 나오기 힘들고, 의사소통은 더 어려운 시청각장애인들이 최근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눈높이에 맞춰 이들을 이해하고자 했던 돕는 손길들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그 의미 있었던 시간들을 CGN투데이 기획보도 ‘한국의 헬렌켈러를 꿈꾸다’ 두 번째 순서로 취재했습니다.
김현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팅▶
어떤 모양의 그릇을 만들 것인지 직접 손으로 더듬어 확인합니다.
촉수화 통역사와 함께 흙을 떼고 밀대로 밀고, 한 줄 한 줄 도자기를 빚어 올립니다.
그릇 안에 그림을 그리고, 글자를 써 넣는 일은 봉사활동을 온 학생들이 담당합니다.
최근 밀알헬렌켈러센터는 지난 2월 발의된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헬렌켈러법’ 입법화를 위한 프로보노 캠프를 진행했습니다.
시청각장애인 10여명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생, 의사소통 봉사자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박 3일간 법안에 대해 함께 소통하고,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함께 레크레이션을 하고, 카누를 타고, 도자기를 만들면서 봉사자들은 시청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을 공감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이성진 학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1학년 (촉수화가) 이렇게 손을 잡고 하는 언어이다 보니까 감정전달, 이런 것이 훨씬 풍부하고, 저도 많이 느끼게 되고 그런 것 같아요. 저희가 어제 수업을 들으면서 우는 친구들도 되게 많았는데, 그만큼 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아픔이나 고통, 이런 것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서 진솔하게 다가오지 않았나...
참석한 시청각장애인들은 캠프를 통해 삶의 소망을 꿈꾸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인터뷰]이태경 시청각장애인1 우리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많이 경험했고, 배우게 됐고, 그리고 우리 앞으로의 삶이 더 나아질 것을 소망하게 됐습니다.
[인터뷰]김지현 시청각장애인2 우리의 생활과 삶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는 그 마음으로... 의외로 생각보다 대화도 잘 되고, 따뜻한 마음으로 우리를 편견 없이 잘 대해줬고...
특히, 시청각장애인들은 헬렌켈러 법안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관심과 기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인터뷰]김주영 센터장/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책상 위에서 그냥 공부만 하는 것보다는 과연 시청각 중복장애인이 어떤 분들이고, 왜 이런 법이 필요한가를 느끼기 위해서는 시청각 중복장애인과 함께 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저 법률은 우리가 연구하고 시청각 중복장애인들은 우리가 도와줘야 될 대상으로만 생각했는데, 그 것이 아니라 이 분들이 적극적으로 그 법안에 대해 생각하고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시더라구요. 거기에 놀랐어요.
밀알복지재단은 지난 4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청각장애인지원센터인 ‘헬렌켈러 센터’를 개소했습니다.
시청각장애인 권리 증진을 위한 활동과 ‘우리는 헬렌켈러가 될 수 없습니다’라는 헬렌켈러법 제정 촉구를 위한 온라인 서명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국내에서는 이 센터가 유일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지난 1967년, 일찍부터 시청각장애를 하나의 장애 유형으로 인정하는 헬렌켈러 법안을 통과시켰고, 각 자치주별로 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이들을 위해 나서야 할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청각장애인으로 태어났다가 최근 18년간은 시력도 잃어 시청각장애인으로 생활하고 있는 김지현 씨는 하나님을 믿음으로써 삶의 기쁨을 찾게 됐다고 합니다.
[인터뷰]김지현 시청각장애인1 솔직히 희망이 하나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예수님의 십자가, 예수님, 그 복음이 들려지면서 제 마음에 희망이 생겼어요. 내가 처한 이런 환경, 나의 어떠함과 상관없이 나를 구원해 주시기 위해 십자가를 지셨다는 사실에 대한 기쁨이 더 커요.
실제로 미국에는 교회가 직접 나서서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아파트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을 위해 촉수화를 하는 목회자가 목양을 담당하는 교회도 있습니다.
[인터뷰]오화중 소장2/밀알헬렌켈러 센터 (미국 등 선진국에는) 이미 이런 헬렌켈러 센터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에 거점을 두고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시청각장애인들이 그 곳에 가서 의사소통도 배우고, 또 직업재활도 받아서 일반 사회에 들어가서 자기만의 직업도 갖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