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현식 / 전 평양 김형직사범대 교수 "러시아 회화를 가르칠 때 김정일이 그때는 진짜 순진한 소년이었습니다. 헤어질 때 초콜릿 하나와 담배 한 갑을 교장 모르게 내 주머니에 쏙 넣고 달려갔습니다. 그땐 순진했는데 그 이후에 저렇게 나쁘게 변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북한 교육계의 핵심 간부였던 김현식 교수는 김일성의 조카에게 과외교습을 하고 김정일에게 러시아어를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왜 남한 망명을 선택했을까.
한국전쟁 이후 미국에서 살던 누님과의 42년만의 상봉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놨습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동생을 위해 기도했다는 누나.
러시아에서 만나자마자 손을 부여잡고 기도했던 누나의 바람은 단 한 가지 남한에 가서 어머니의 유언대로 목사가 되라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김현식 / 전 평양 김형직사범대 교수 "목사님이 되거라 하고 정신 차리라고 말씀하신 것이 그날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그러고 나를 안고 돌아가셨어요.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야.. 어머니의 말씀을 내가 명심하고 지켜야 할 텐데.. 목사가 비록 못된다 해도 북한 사람들이 읽고 알 수 있는 성경, 복음을 전하는 게 또 한 가지 방도겠다.."
신약은 예수 후편, 은혜는 은정, 십자가는 십자사형틀.
바로 지금 북한에서 쓰이는 말로 채워진 영어-평양말 대역 성경은 평양말 그 자체를 만든 사람이 직접 번역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영어 대역으로 출판되는 이유는, 통일이 되면 북한 사람들에게 영어 공부가 필요할 것을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3달 후 누가복음 출판이 예정돼있고, 공관복음을 차례로 선보인 후에는 사도행전 야고보서 로마서 가운데에서 순서를 정할 계획입니다.
신구약 전체를 7년 안에 출판 완료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북한에 있을 때 누구보다 충성심이 깊었던 김 교수.
수많은 교파로 나뉘어져 있는 한국교회가 통일 후 또다른 분열의 원인이 될까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현식 / 전 평양 김형직사범대 교수 "매일매일 살아가기 위해서 할 수 없이 믿는 체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목사님들에게 간절히 부탁합니다. 정말 진실한 기독교인이 되라! 그것을 통해서 북한 사람들이 느끼고 저 사람처럼 돼야겠다고 느끼도록."
여든해 굴곡진 인생길을 힘겹게 걸어온 김현식 교수는 이제는 매일 아침 아내와의 성경 공부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하나님에게 불가능은 없다는 사실. 자신의 인생이 그 증거라는 것이 김 교수의 신앙고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