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의료민영화가 시행되고 있는 필리핀은 5분이든 10분이든 의사와 상담을 하게 되면 300페소 정도의 진료비를 내야 합니다.
이 돈은 식사 두 끼를 사먹을 수 있는 적지 않은 금액인데요.
그런데 마닐라에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마을 다스마린야스에는 누구나 무료로 진료해주는 병원이 있어 주민들에게 아주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필리핀에서 김가은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토요일 아침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토요일 오전에만 문을 여는 인터내셔널 미션 클리닉은 점심 전까지 환자 일흔 명을 무료로 진료합니다.
덕분에 대기실엔 남는 자리 하나 없을 정도로, 환자들이 가득합니다.
[인터뷰] 올리바 조캄포 전문의 / 가정의학과 "매주 토요일마다 무료로 약을 주고 혈당검사를 합니다. 그게 아마 이 동네 주민들이 받을 수 있는 의료 혜택의 전부일겁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진료 전의 예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육류와 튀긴 음식이 주를 이루는 필리핀의 음식 문화.
병원을 찾는 환자들 대부분이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습니다.
고혈압과 당뇨 모두 꾸준한 진찰과 투약이 중요하지만, 한 번 올 때마다 지불해야 하는 300페소 가량의 병원비는 대다수의 필리핀 국민들에겐 부담입니다.
성인의 한 달 소득이 우리 돈으로 25만원 내외인 필리핀에서는 8천원이 조금 안되는 이 300페소가 매우 큰 돈입니다.
한 달을 꼬박 일해도 소득이 25만원이 안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인터뷰] 황규식 집사 / 필리핀 거주 10년차 "직장 의료보험이 없어서 사람들이 혜택을 많이 못 받습니다. 그 돈이면 차라리 식사 두 끼를 하고 만다는 것이 이 곳 생각입니다. 여기 오는 분들은 엄청 혜택을 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오는 걸로 진료와 처방까지 다 끝나니까."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주일에 반나절이라도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이 클리닉은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곳이 됐습니다.
선착순으로 와서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료를 하기 때문에 새벽 5시 경부터 줄을 서는 경우도 있을 정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