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먹을거리로 남북 간의 장벽을 허무는 ‘밥상 통일’을 실천하려 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북한 평양에 치킨가게를 개점했던 최원호 대표인데요.
한 때 세간의 주목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북한인권단체 나우와 함께하는 연중기획 "당신의 소원은 통일입니까?" 시간입니다.
오늘은 탈북자의 증언과 함께 북한 내 음식 문화에 어떤 변화와 시도가 있었는지 살펴봅니다.
김수연 기잡니다.
[리포트]
한 때는 가맹점이 150여개나 될 만큼 큰 성공을 거뒀던 치킨 프랜차이즈의 최원호 대표.
2008년, 우리나라 최초로 북한 평양에 ‘락원 닭고기 전문식당’을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2005년 당시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그는 난생처음 북한 땅을 밟았습니다.
이후 6차례 이상 북한을 방문하며 당국자들을 설득해 북한의 ‘락원무역총회사’와 15년간 함께 운영하기로 계약했습니다.
주위에선 하나같이 수익성도 없고 위험한 사업이라며 최 대표를 말렸습니다.
하지만 먹을거리를 통해 남북한 민족의 화합을 이루겠다는 그의 신념은 꺾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최원호 대표 / 맛대로 촌닭 한 밥상에서 먹으면 식구지 않습니까, 식구 개념으로 생각하면 쉽다고 // 우리가 70년 가까이 계속 같이 밥상 한 번 제대로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계기가 없었잖아요. 이렇게 작은 데서부터 모든 걸 풀어나가면 굉장히 쉬울 텐데 쉬운 길을 놔두고 전체적으로 어려운, 먼 길로만 돌아가니깐 상당히 통일이라는 것이 허상으로 보이는 것이죠.
북한에 ‘치킨’이란 개념이 처음 들어가면서 주민들의 호응은 대단했습니다.
최대 150명 까지 수용할 수 있는 음식점에서 하루에 많게는 1백 마리까지 팔렸습니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정부의 5.24 조치가 내려지면서
최원호 대표는 수익금 한 푼 받지 못하고 하루아침에 사업을 접어야 했습니다.
북한 서민들에게까지 남한의 음식 문화를 전하고 싶었던 최 대표.
잃어버린 돈 보다 더 안타까운 건 남북의 정치 상황에 따라 경제와 문화 교류도 영향을 받는 현실이었습니다.
[인터뷰] 최원호 대표 / 맛대로 촌닭 남북 관계가 경색돼 있으니깐 연락해도 걸리고 만나도 안 되고 // 계속 평양 닭집 다녀온 사람 이야기 들어보면 장사는 계속 하고 있다고 하는데 재료가 6~7년간 못 올라갔으니까, 다른 메뉴도 한다고 들었고. // 먹을거리 문화에서 서로 자꾸 먹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도와줘야 할 정부가 그걸 막았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됩니다.
사단법인 한식문화교류협회도 음식문화 교류가 남북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고 보고
지난해 '남북음식문화대축제'를 기획했습니다.
남북한 조리사들과 요리 연구가, 시민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음식을 공유하고 화합과 소통의 자리를 만들 취지였지만
이 역시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무산됐습니다.
[인터뷰] 정성근 사무총장 / (사)한식문화교류협회 남북한음식문화 축제는 순수하게 민간차원에서 음식문화를 서로 공유하고자 했던 취지입니다. 정치 종교 국방 관계의 문제는 너무 심오하고 힘들어서 최소한 저촉할 수 있는 방안이 음식이라고 생각했고. // 다만 민간차원에서 이런 것들을 하다 보니 힘듭니다. 정부나 힘 있는 기관들이 나서서 이걸 해주시면 좀 더 활성화 될 수 있을 것 같고.
남북한 ‘밥상 통일’을 이루려는 시도가 남북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무산돼온 것이 현실.
그렇다면 현재 북한에서 자체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음식문화의 변화나 시도들은 없을까.
현재 북한 평양에는 패스트푸드점도 입점 돼 있지만 외식의 개념이 없어 서민들은 전혀 이용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카페는 물론 최근에는 한국의 편의점 격인 ‘황금벌상점’을 오픈해 사탕이나 과자, 간단한 식료품을 판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하지만 탈북자들은 이는 이미지 개선을 위한 보여주기 식 정책의 일환일 뿐
지방에 거주하는 서민들은 여전히 개념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전합니다.
남한 음식에 대한 관심도 없진 않습니다. 장마당을 통해 남한의 김과 미역을 접해본 사람도 있고 얼마 전엔 남한의 배달문화가 유입됐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렸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확산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인터뷰] 김지영 (가명) / 탈북자 배달문화는 지방은 무슨 말인지 모르더라고요. // 일단 교통이 불리하고 이동통신이 불리하고, 전화가 다 있는 것이 아니라 지방도 있는 집 있고 없는 집 있고 핸드폰도 있는 사람 있고 없는 사람 있어서 전화를 할 수도 없고 교통이 불리한 북한에서 배달하려면 오토바이 차도 있어야 하는데 아직 활발하게 있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확산이 안 된 것 같아요.
비록 발전과 확산에는 어려움이 따르지만 북한에서 음식문화의 빗장이 열렸다는 것만큼은 반가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