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가 이슬람인 말레이시아에서는 기독 출판물에 ‘알라’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35년간 금지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쿠알라룸푸르 고등법원에서 이 정책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렸는데요.
이에 말레이시아 정부가 항소를 하고 나서 다시 긴 법정 갈등으로 이어질 듯 보입니다.
자세한 소식, 말레이시아 김마가 특파원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앵: 김마가 특파원~ 특: 네, 안녕하세요.
[기독교에 ‘알라’단어 허용 논란] 앵: 기독교인들이 ‘알라’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어떤 논란이 있었나요? 특: 네, 먼저 호칭 사용과 지리적 배경 설명이 필요한데요. 아랍어로 ‘하나님’을 뜻하는 ‘알라’는 역사·문화·언어적으로 지난 100년 이상 말레이어로 된 성경과 예배, 찬양, 기도에 사용돼 왔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슬람교 신자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며 기독교나 가톨릭 등 다른 종교에서 ‘알라’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꾸준히 반대해 왔습니다. 특히 서말레이시아에서는 기독교 출판물에 ‘알라’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해왔고요.
[법적 갈등 오래 지속돼] 앵: 오래전부터 ‘알라’ 단어 사용을 두고 법적 갈등이 계속돼왔다고 들었습니다. 특: 네, 2008년에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한 기독교인 여성이 알라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말레이어로 된 기독교 서적과 CD 등을 압수당해서 법정 소송을 13년간 이어왔으며, 2007년엔 현지 가톨릭 매체인 헤럴드지가 이슬람 당국으로부터 하느님을 알라라고 써서는 안 된다는 명령을 받고 이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단어 사용을 두고 종교간 법정 다툼이 길게 이어져왔습니다.
[무슬림과의 종교 갈등으로 번져] 앵: 이로 인해 무슬림과의 갈등도 점점 심해졌다고요? 특: 네, 그동안 강경파 무슬림이 교회를 공격한다든지, 성경을 압수하고 불에 태운다든지 하는 경우도 발생하였습니다. 2014년엔 교회가 화염병 공격을 받기도 했고 2017년엔 기독교 목사가 납치·실종된 사건도 발생하였습니다. 말레이시아는 60%가 넘는 국민이 무슬림이고, 무슬림을 전도하거나 개종하는 것이 불법이라 종교 갈등이 점점 심해져 걱정입니다.
[현지 기독교인들의 반응] 앵: ‘알라’라는 단어 사용에 현지 기독교인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특: 일단 현지 기독교인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알라’표현이 금지돼왔던 서말레이시아에서는 그동안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영어, 중국어, 타밀어 등으로 예배를 드려왔지만, 말레이어 사용자들에게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전도를 할 때도 그렇고요. 그래서 예배나 문서에 주님이라는 뜻의 ‘뚜한’이라고 통칭하기도 하고 찬양할 때는 ‘알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동말레이시아 원주민들의 경우 말레이시아 연방으로 가입할 때 호칭에 대한 보장을 받아서 큰 문제는 없었지만, 사바와 사라왁 지역의 주요종족 90%가 기독교이고 말레이어를 쓰는 이곳에 정부에서 학교 교장들을 무슬림으로 바꾸면서 점점 ‘알라’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이 많았던 상황인지라 전체적으로 ‘알라’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에 미칠 영향] 앵: 기독교인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는지요. 특: 일단 현지 교회들에선 원래 말레이어로 하나님을 뜻하는 이름인 ‘알라’로 부를 수 있게 되어서, 현지교회나 선교사들이 원주민에게 복음을 전할 때 좀 더 수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일부 강경파 무슬림들뿐만 아니라 전체 이슬람을 결집하는 정치적 도구로 악용이 될까 우려가 됩니다. 또 교회를 공격하거나 심각한 종족갈등으로까지 이어질까 노심초사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도제목] 앵: 마지막으로 기도제목 전해주시죠. 특: 이번 일을 계기로 이슬람이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지 않도록, 또한 강경 무슬림들에 의한 공격으로 무고한 기독교인이 희생되거나 교회가 파괴되지 않도록 간절히 기도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